[관련뉴스]'480만원' 때문에 매주 온몸 찔린다…희귀병 한살배기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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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미회
댓글 0건 조회 267회 작성일 23-02-0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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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258338?sid=102




'480만원' 때문에 매주 온몸 찔린다…희귀병 한살배기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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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조은별(29)씨 아들 다리에 멍이 든 모습이다. 조씨의 아들은 혈우병을 앓고 있다. [조씨 제공]
지난해 2월 13일 태어나 곧 돌을 앞둔 조은별(29)씨의 아들은 혈우병 환자다. 혈우병은 혈액 내 응고인자가 부족해 출혈이 생길 경우 피가 멎지 않는 희귀병이다. 통상 주기적으로 응고인자를 넣어줘야 하는데 평생 주 2~3회 혈관주사를 맞아야 한다. 조씨의 아들은 생후 8개월 때부터 병원에 다녔다. 시작은 손등이나 발등이지만 주 2회씩 주사를 맞다 보면 더 놓을 데가 없어 발목과 손목, 목에 이르기까지 혈관을 찾을 수 있는 모든 부위를 돌아가면서 주사한다.

조씨는 “혈관이 안 보이니까 손으로 만져가면서 하는데 찌른 데 또 찌르고, 옆에 한 번 더 찔러보고 하면 30분 이상 걸릴 때도 있다. 이제 아이가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고 주사를 놓기 전에 알코올 솜으로 손등을 닦는 것만으로도 자지러지게 운다”고 말했다.

김경화(52)씨의 아들은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혈우병 환자다. 돌이 지난 후 혈우병 진단을 받아 17년째 일주일에 두 번씩 혈관주사를 맞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는 병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혈관을 찾아 주사를 놓는다. 주사 자체는 눈 감고도 놓을 수 있지만, 워낙 장기간 맞아 혈관이 가늘고 딱딱해진 게 문제다. 이제는 바늘이 잘 들어가지 않아 몇 번씩 찌른 후에야 주사를 놓을 수 있다.

신약, A형 혈우병 환자 중 10%에게만 급여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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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조은별(29)씨 아들이 혈우병 치료를 위해 혈관주사를 맞고 있다. [조씨 제공]
이런 혈우병 환자들이 간절히 기다리는 치료제가 있다. 한 달에 한 번만 맞으면 되는 신약 ‘헴리브라’다. A형 혈우병 환자들에게 부족한 8번 응고인자를 몸에 직접 보충해주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헴리브라는 8번 인자 작용기전을 모방하게 해 효과를 내는 치료제다. 스위스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인 일본 주가이제약이 개발했다. 무엇보다 기존 치료제처럼 혈관을 찾아야 하는 고통 없이 독감 예방접종을 하듯 피하주사로 놓을 수 있다.

헴리브라는 현재 A형 혈우병 환자 중에서도 ‘항체 환자’에게만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A형 혈우병 환자는 크게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항체 환자’와 내성이 없는 ‘비항체 환자’로 구분된다. 기존에 맞던 정맥주사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효과를 볼 수 없는 항체 환자들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헴리브라를 맞을 수 있지만 비항체 환자들은 헴리브라를 맞으려면 거액의 비용을 내야 한다. 2019년 기준 국내 A형 혈우병 환자 1746명 중 비항체 환자는 1589명으로 약 91%를 차지한다.

조은별씨는 “현재 기존 치료제를 투약하는 데 한 달에 15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비급여로 헴리브라를 맞을 경우 480만원이라 3배 가까이 차이가 나 맞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화씨는 “생활이 넉넉한 집들은 아이들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비급여로 맞거나 비항체 환자에게까지 투여가 허용되는 외국으로 이민을 가기도 한다”라며 “우린 그럴 형편이 안 돼 온 가족이 급여화가 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줄넘기·태권도 가능…삶의 질 자체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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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애(38)씨의 아들(5)이 놀이기구를 타며 활짝 웃고 있다. [배씨 제공]
헴리브라를 투여한 이들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효과도 기존 주사제보다 좋다고 말한다. 배한애(38)씨는 혈우병 항체 환자인 5살 난 아들이 헴리브라를 투여받으면서 삶의 질 자체가 달려졌다고 했다. 배씨의 아들은 2021년 9월부터 한 달에 한 번 헴리브라를 투여받고 있다. 배씨는 “기존 혈관주사를 맞을 때는 조그만 충격에도 출혈이 잘 생겨 어린이집이나 놀이터를 다니지 못했는데 이제는 한 달에 한 번만 주사를 맞고서도 일반 아이처럼 놀러 다니고, 줄넘기나 태권도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엉덩이 출혈이 걱정돼 의자에 앉는 것도 걱정됐는데 이제는 조그만 멍조차 들지 않으니 우리도 아이가 혈우병 환자인 걸 거의 잊은 채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주사에 대한 공포도 줄었다고 한다. 배씨는 “치료제를 바꾼 지 1년 반이 넘었는데 아이가 병원에 가면 지금도 항상 ‘짧은 바늘(헴리브라)이야, 힘든 바늘(기존 혈관주사 치료제)이야’ 이렇게 물어본다. 짧은 바늘이라고 하면 생글생글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맞곤 한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미 우리 아이는 급여 적용을 받고 있지만 비항체 환자 부모들의 심경을 떠올리면 목소리를 안낼 수가 없다. 한국만 항체 환자, 비항체 환자를 나눠 급여 적용을 하는데 정부가 시간 끌기식의 검토를 멈추고 급여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비항체 환자에 대해 급여화가 이뤄졌다.

심평원 “9일 약평위에서 논의 예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이달 내로 헴리브라의 급여확대 여부를 두고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헴리브라를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JW중외제약은 비항체 환자도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지난 2020년 심평원에 급여를 신청했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2021년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기존에 쓰고 있는 8인자 제재에 비해 헴리브라가 고가라 재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구체적인 급여 대상 범위나 우선순위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후 임상 전문가 자문회의도 3차례 정도 진행해 검토를 이어갔다”라며 “오는 9일 있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약평위를 통과하게 되면 건강보험공단과 가격 협상을 하고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약가가 고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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